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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회관'이라 쓰고 '무에타이'라 읽는다
링컨,,, 본문
미국의 제16대 대통령(1809.2.12 ~ 1865.4.15) 링컨은 광대뼈만 앙상하게 두드러진 모습이지만 실로 대단한 인간이었다.
미국 켄터키주 호젠빌 출신이다.
그의 일생에 불행은 언제나 되새김질하는 일상사였다.
비가 새는 오두막에서 책 읽는 미루나무 같은 남자였다.
미국에서 가장 정직한 변호사, 미국을 통일한 자,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 링컨의 거친 삶을 찾아 단단한 어깨에 기대 보았다.
링컨이라는 거인이 눈길을 밟고 간 자국을 따라 걸어보았다.
그의 아버지는 문맹이었고, 먹고살기 위해선 무조건 육체노동을 해야 한다는 집념의 사내였다.
그에게 있어 선 책을 읽는다는 건 게으르고 사치스러운 일이었다.
어느 날, 아버지가 땅의 일부만 팔기로 했는데 사기꾼이 땅을 몽땅 다 판다는 것으로 계약서를 바꿔놓았다.
링컨이 계약서를 읽어보고는 뭔가 수상하다는 태도로
"아버지, 이 내용대로 하면 우리 땅 몽땅 다 뺏기는데요?"
라고 했다.
그 후, 아버지는 아들이 공부하는 것에 대해 관대해졌다.
링컨의 친어머니 낸시 링컨(Nancy Lincoln Hanks, 1784 ~ 1818)은 그가 9살 때 서양등골나물이라는 독초를 먹은 소의 우유를 먹고 걸리는 밀크 병(Milk sickness)에 걸려 죽었다.
새어머니 사라 부시 링컨(1788 ~ 1869)은 책을 좋아하는 링컨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재치 있고 넉넉한 심성의 여인이었다.
그를 아끼고 사랑했다.
내가 아는 팥쥐 엄마랑 달랐다.
내게 강같은 평화만 있을것 같은 평온한 얼굴의 그는 사실 불행의 공동묘혈같은 삶을 살았다.
하나뿐인 누이가 스무살에 죽고 20대 중반일 때 사랑하던 여인 에이미 스튜어트를 장티푸스로 잃고 깊은 슬픔에 빠졌다.
그에겐 웅숭깊은 우울같은 우울증이 있었다.
아마도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인간을 잠식하고 있는 중병일지도 모른다.
역사는 이렇게 혹독하고 아팠지만 그는 지독한 우울증에도 유머를 잃지 않고자 노력했다.
독학으로 1837년 변호사가 되었다.
스프링필드에서 개업했다.
미국 역대 대통령들은 대부분이 부유층 자제들이고 명문학교 출신이었는데 그는 유일하게 흙 수저도 아닌 인도인들 카레 먹을때 쓰는 맨손 출신이었다.
그는 공부만이 그를 구원하는 지름길임을 알았다.
우편배달, 뱃사공, 막노동, 프로 레슬러도 했다.
미국 프로 레슬링 명예의 전당에 그의 이름이 들어있다.
링컨의 거대한 체구에서 뿜어 나오는 긴 리치와 완력을 연승의 비결로 꼽고 있다.
193센티미터 키에 육체노동으로 다져진 몸매로 300번의 경기 중 299번을 이겼다.
주 의회 선거에 나갔다 실패했다.
친구의 돈을 빌려 사업을 했으나 망하고 법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독학으로 공부해서 변호사가 되었다.
집안 좋고 유복한 집안 친구와 동업을 해서야 비로소 성공했다.
고생하느라 청춘을 다 날렸다.
다행히 1834년 일리노이 주 의회 의원으로 선출되었다.
그의 나이 37세였다.
하지만 일리노이 주 의원 의장에는 낙선했다.
사업도 실패해 빚을 갚는데만 17년이 걸렸다.
다시 1855년 연방 상원 의원 낙선, 1856년 부통령 후보 경선에서도 윌리엄 데이튼에게 낙선.
어느덧 그의 나이는 50대로 향하고 있었다.
1858년엔 상원 의원 선거에 다시 출마해 당시 유명 정치인이던 스티븐 A. 더글러스와 경쟁을 벌인다.
이 선거에서도 링컨은 낙선했지만, 노예제 반대 입장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서 우뚝 서게 된다.
이때 링컨과 더글러스가 벌인 세 차례의 토론은 미국 역사에 명토론으로 남는다.
흑인 노예제 문제가 갈등을 빚고 있던 1860년 말 대선에서, 드디어 링컨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오늘날 공화당의 창립자가 링컨이다.
노예제 폐지에 정치적인 신념을 가진 자였다.
명연설과 근사한 목소리로 인기를 끌었다.
상원 의원 전직 없이 바로 대통령이 되었다.
링컨은 전설이다.
그가 지구에 왔다 갔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온통 불행이나 실패만 쓰여있는 표적에 화살을 날리는 기분이다.
그는 자상한 남편이었으며 자애로운 아버지였다.
싸움을 걸어온 적을 친구로 만들고 그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무료 변호까지 해준다.
해묵은 원한을 가슴에 두지 않고 통 크게 용서한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라는 책에 그의 예시가 나온다.
링컨이 결투하다 죽을뻔한 후로 화를 자제했다고 한다.
코로나로 끌려갔을 때 간호사가 그 책을 뺏어서 불태웠다.
"세상은 죽음으로 답해야 힘들었음을 인정한다. 그전엔 절대로 모른다. 목숨을 던져야 그 값으로 싸구려 동정심이라도 겨우 건진다. 나 홀로 삐뚤빼뚤 골목 끝에 서서 싸웠던 시간이었다. 지옥을 떠받들고 있는 기둥을 삼손처럼 뽑아버리고 싶다. 비 내리는 가로등 아래 서서 빛처럼 부서지는 빗방울의 위로를 받고 울었다. 세상의 모든 나무들이 무릎을 꿇고 머리 숙이고 사과하는 날이 오더라도 내가 그들을 용서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찬서리가 창문에 키스를 퍼붓고 한 해가 달리는 시간, 야생의 언어인 울음으로 답하리라."
위대한 링컨에게도 인간관계는 힘든 문턱이었나 보다.
그도 한때 조급하고 경박하고 미성숙한 인간이었으나 갈수록 진화했다.
스스로를 조율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명문인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링컨이 생각해 낸 것이 아니라, 노예 폐지론자인 시어도어 파커가 발표한 <민주주의는 모든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라는 글에서 링컨이 컨닝한 것이다.
삶에서 수많은 피를 뽑혔다.
갈림길엔 언제나 단풍나무가 서있었다.
피 먹고 자란 나무처럼 붉은색의 단풍잎들이 다 덜어져 내렸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긴 시간은 화장터에서 기다리는 시간이다.
내가 죽으면 제발 익스프레스 코스 나와서 10분 안에 끝나길 희망해 본다.
어차피 난 태울 것도 없다.
삶에서의 억울했던 사건들이 생각나면 비명을 질렀지만 음역이 달라 아무도 듣지 못했다.
난 용서하기 위해 그들을 버렸고 기억하기 위해 그들과 작별했다.
이팝나무 아래 버려진 날개 펴고 죽은 까마귀는 얼어 죽었을까?
죽어서 얼은 것일까?
동공이 얼어있다.
영원한 미제 사건이지만 기실 아무도 관심 없다.
영화 서울의 봄이 흥행 중이고, 장태완 수도방위 사령관의 슬픈 인생이 그려진다.
젊은 자식의 얼어붙은 동공과 코를 핥아 주었다던 그의 아픔이 잠들어있던 기억을 깨운다.
누런 책갈피 속 은행나뭇잎처럼 바스러진 기억들을 모아 본다.
눈알을 뽑아서 망막을 씻어내면 기억이 사라질 수 있을까?
이제 나의 관념들을 지워버리려 한다.
큰소리치고 사라진 여름 우레는 여전히 머리를 뒤흔든다.
기억은 죽지 않고 부활한다.
세상에 그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지만 나이고 싶지 않은 이유가 애달프다.
삶이란 그렇게 아픈 중병이다.
과거와 미래를 끌어안은 야누스의 달 1월을 이렇게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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