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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회관'이라 쓰고 '무에타이'라 읽는다

제왕회관 최민규관장이 국내 최초로 공개했던 무에타이의 뿌리 "무아이보란" 본문

제왕회관 이야기

제왕회관 최민규관장이 국내 최초로 공개했던 무에타이의 뿌리 "무아이보란"

KHRU Master Choi 2024. 2. 20. 09:00

제왕회관 최민규관장이 국내 최초로 공개하는 무에타이의 뿌리 "무아이보란"을 소개합니다.

태국 북동부 사콘 나콘에 가면 아주 오래된 절이 하나 있다.
"왓 프라다트 종천사"
이곳은 17세기때 접경 라오스에서 들어온 타이복싱술이 특화, 발전된 무술 무아이보란을 가르치는 최후 본산이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고도의 훈련과정을 견뎌내고 선택된 수련생들은 이 아름다운 폭력에 이끌려 이곳에서 무술의 기초단계를 익힌다.

온 몸이 문신으로 뒤덮인 어린 문화생들은 연약하나 잘 단련된 자신의 몸에 그려진 동물의 자세를 흉내낸다.
먹이를 덮치려는 찰나의 호랑이,
꼬리를 치켜세운 경직된 자세의 투계,
먹이를 찾아 평원위를 배회하는 거대한 독수리 등,
이곳 수련생들은 수백년을 이어온 무아이보란의 규칙에 입각하여 대련장에서 모든 동작의 세세한 부분과 전해져오는 윤리 규범들을 배운다.

어설픈 한국의 무에타이인이 경험한 태국의 가장 비밀스럽고 진기한 문화적 의식의 자취가 남아 있는 그 세계를 소개하고자 한다.

무술을 배우기 전에 예술을 배운다

완벽하게 안무된 무도에서 12명의 소년들이 오른 다리를 들더니 일제히 한 발짝 앞으로 나간다.
먹으로 그린 별자리 그림으로 뒤덮인 연약한 몸뚱아리들이 마치 한몸인 듯 시공 속에서 느리게,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우아한 자태로 움직인다.
그들의 얼굴에는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완벽한 조화를 이뤄 움직이려는 강렬한 집중력과 굳은 결심이 어려 있다.
15분이 지나는 동안 그들은 자신들이 재연하고 있는 동작에 완전히 몰입되어 스승의 존재조차 망각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늙은 스승은 몇 발자국 물러서서 제자들의 동작 하나하나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조용히 바라보고 있다.

여기는 11세기 까지 그 역사가 거슬러 올라가는 크메르 사찰, 왓 프라다트 종천사의 신성한 세계안에 들어와 있다.
영적 전통이 깃든 나라의 화려하고 신비로운 과거를 한몸으로 발산하는 무에타이의 지존, 사난사부가 어린 제자들에게 무아이보란의 비기를 가르치고 있다.
이는 육체의 우아함과 자기 절제에 대한 비밀스럽고도 습득하기 어려운 일종의 표현무예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정교한 무예는 가장 난폭한 격투기인 무에타이의 근간을 이루는 무예이기도 하다.

태국 최고의 문화 수출품, 무에타이

무에타이가 전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태국 최고의 문화 수출품임은 말할 나위 없다.
세계 각국의 챔피언들은 무에타이를 배우기 위해 무에타이의 전당인 태국의 무에타이 캠프로 모여든다.
일단 이곳에 발을 들여 놓은 각국의 참피언들은 기예의 황금룰을 철저히 따르고 이곳의 무술 문화에 동화되고자 최선을 다한다.
그들은 태국 고유의 무에타이의 모든 전통적 동작을 완벽하게 흉내낸다.

무에타이를 가르치는 유서깊은 도장의 진짜 낙무아이들은 신체 훈련, 테크닉, 집중력등도 중요하지만 그것으론 부족하다.
모든 무술 형태가 그렇듯이 무에타이는 신체와 두뇌, 정신의 정교한 합일을 필요로 한다.

그중에서도 정신적인 면은 가장 중요하다.

현대의 많은 낙무아이들은 신체적인 요소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교육을 받은 나머지 정신적 측면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기예는 불완전하고 천박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요즘 젊은이들이 더 이상 밑바닥부터 수련을 시작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링위에 오르는 것에만 급급한 나머지 기본 단계인 무에타이의 기초와 그 안에 담긴 의미, 존재이유 즉, 무에타이 진수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 없는 것이다.

초자연적 보호막 믿음에서 비롯된 문신

무아이보란의 기원은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본래 라오스에서 전해졌다고 하는데 라오스 국경 근처의 동부 사콘나콘을 거쳐 태국으로 들어왔다는 설이 있는데 확인할 길은 없었다.
무아이보란은 타이치츄안과 일본 사무라이들이 수양했던 정신 수양에 비유할 수 있는 무념무상의 경지인 선과 명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손을 사용하는 전투에서 요구되는 완벽한 동작을 몸에 준비시키는 과정이다.
실전에 들어가기에 앞서 심신을 준비하는 단계로서 무엇보다도 낙무아이들에게 스파링의 의미와 규칙에 대한 통찰력을 갖게 한다.

무에타이에서 면면히 흐르는 공격성과 무예인다운 덕에 관한 철학, 바로 그것이다.

강한 낙무아이의 모습에서 챔피언 벨트를 빼놓을 수 없듯이 선수들의 근육을 장식하는 갖가지 문신은 무에타이에서 거의 필수다.
크메르 달력 문신은 신의 가호를 가져온다고 믿어진다.
이러한 믿음은 왓 프라다트 종천사의 풋내기 수련생들에게도 마찮가진데, 한가지 다른 점은 그들은 지워지는 잉크로 피부 표면에 문신을 그린다는 것이다.

문신 관행은 수세기를 거치면서 태국 전역에 확산되었고, 특히 매일같이 신체적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직업투사의 경우는 문신의 효력을 높이 평가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문신하는 사람이 주로 태국의 전투부대였지만 오늘날 문신업소의 주 고객은 일반 군인 및 경찰관, 낙무아이들, 그리고 갱 단원들이다.
태국에서 문신은 초자연적 보호막을 부여하는 마력같은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대다수 사람들은 그것으로 두가지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데 하나는 무기를 무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마치 방패처럼 총알이나 칼을 빗나가게 한다는 것.
다른 하나는 보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불러일으키는 능력을 준다는 것이다.

문신 새긴 뒤 동물 상징하는 "춤 의식"

가장 자주 쓰이는 문신 문양은 동물(꼬리가 둘인 도마뱀이 가장 일반적)이나 하누만같은 타이 신화에 나오는 유명한 인물, 신비로운 힘을 발하는 글자나 기호들이다.
이론적으로는 몸의 어느 부위에나 문신을 할 수 있지만, 이곳 관행에 따르면 특정 문양을 넣는 특정 신체 부위가 정해져 있다.
정수리에는 특별히 부처를 상징하는 표식을 쓰고, 가슴과 팔 위쪽에는 마력을 지닌 문장이나 도표, 또는 일반적으로 용맹을 상징하는 동물, 즉 사자, 호랑이, 팬더 곰을 선호한다.
무아이보란의 수련생들은 이같은 문신을 새겨넣을 수 있는 특권을 얻기 위해 몇 년을 기다린다.
어린 무사들의 몸에 지워지는 잉크로 그려지는 그림들은 상징적인 것으로 엄격하게 제한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단계는 문신 회합 후에 일어난다.
문신은 그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스승이 주관하는 의식에서 문신 하사를 받은 후에야 문신 보유자에게 힘과 보호막이 주어진다고 믿는 것이다.
그런 다음 신체를 완전히 통제하는 극기 자세속에서 유연하고도 팽팽히 긴장된 상태가 되면 동물들의 춤을 출 준비가 끝난 것이다.
여기서 동물들의 춤이란 단순한 춤 이상으로 일종의 의식같은 의미를 지닌다.
수련생들은 먹이를 쫓는 호랑이의 자세를 취하다가 한 발은 공중에 들고 완벽한 군형을 잡은 채 독수리의 비행을 흉내내기도 한다.
이 행위예술은 놀랍게도 실제 생물이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파랑색과 붉은색 의상 차림으로 느릿느릿 동작을 취하는 그들의 눈빛은 찌를 듯 날카롭고,
위협과 공포를 주려는 듯 그들의 얼굴은 일그러지고 입은 뒤틀려 있다.
맹수들은 서로에게 다가갔다가 다시 물러나며 재차 은근히 뒤쫓는다.

무아이보란은 내적수양의 무예

MUAY BORAN 의 수련 방식은 어린 문화생들에게 규율 이상의 것을 가르친다.
그것은 문화생들이 지켜야할 삶의 기본적인 도덕 원리와 규범을 주입하는 아주 중요한 교육과정인 것이다.
태국의 무아이보란 교육은 서구의 보이스카웃 훈련방식과 거의 유사하다.
그러나 태국 방식은 가치 판단과 선악의 분별,
자기 절제와 같은 무수한 선,
행동을 제어하는 사고의 중요성 및 내적 성찰에 보다 깊이 파고든다.

따라서 그 무수한 가르침들은 폭력과 마약 등 태국 젊은이들이 쉽게 빠져드는 위험들을 제거해주는 역할을 한다.
줌롱누안마니 스승님이 무아이보란의 문화생 수가 점점 줄어드는 현실을 개탄하는 이유중 하나로 바로 현대사회의 정신적 피폐를 꼽는다.
무아이보란 교육의 독보적인 정신적 지도자 줌롱라농은 결코 배움과 자기 발전을 멈추어선 안된다고 말한다.

무아이 보란은 무엇보다 계측 불가능한 내적 수양과 자아개선이다.
거기엔 한계가 없다.
전생을 다 바쳐 배우고도 가장 깊숙한 그 비밀과 정교함에 진정으로 통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제왕회관 대표 최민규 관장

미래의 무아이보란 문하생들에겐 불행한 일지만 이제 줌롱라농은 제자들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가 얻은 승려의 직분이 227개의 규율과 그 배에 해당하는 각종 금령이 그를 속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매트리스 위에서 잘 수 도 없고 동물의 흉내를 낼 수도 없다.
태국에서 승려라는 직분은 무아이보란 수련과 같은 위치에 놓일 수 없기 때문이다.

외래문물과 구별되는 민족적 정체성 상징

​그는 자신보다 젊은 교부에게 지도직을 인도했지만 여전히 수련생들의 연마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다.
그는 진심으로 희망한다.
학생들의 수가 조만간 늘어나길.
또 무아이보란 수련의 중요성이 무에타이의 절대적인 전제조건으로서 그리고 젊은 사람들에게 일상적인 삶의 근본을 가르치는 방도로써 그에 합당한 인정을 받게 되길 말이다.
세계적인 관광지로서,
미래가 촉망받는 경제 강국으로서
태국은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현대 세계를 향해 문을 열고 있다.
하지만 경제가 발전할수록 국민들은 외국의 문화적 영향 아래 흡수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태국의 정교한 문화기반과 영적 전통만큼이나 사회적 관습에 상당부분 근거하고 있는 민족적 정체성이 외래문물의 영향을 받아 존폐 위기까지 몰린 것이다.

무아이 보란은 타이문화의 핵심적인 요소를 간직하고 있다.
초등학교에서는 그 무술과 신화를 역사와 수학등과 함께 가르치고 있다.
그들이 추는 동물의 춤은 이처럼 귀중한 문화 유산 가운데 하나이다.
만일 그것마저 사라진다면 태국의 백만년 문화의 귀중한 정신을 담고 있는 이 허름한 벽에 또 하나의 금이 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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